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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조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찾게 되면 그 동안 놀라움에 벌렸던 입이 더욱 벌어져 턱이 빠질 지경에 이르게 된다.
중국인의 순례지 만리장성
12억의 인구. 남한의 96배, 세계 육지 면적의 6.7%나 되는 거대한 땅덩어리. 서쪽 끝 상하이에서 동쪽에 있는 우루무치까지 기차로 여행한다면 5일 동안 쉬지 않고 기차를 타야 하는 중국에 가면 대륙이라는 지정학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원이나 건축물 등의 큰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우선 중국의 수도 북경에 가면 천안문 광장이나 자금성, 이화원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볼거리를 찾게 되었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큰 규모에서 위축당하게 된다. 마치 거인국에라도 온 느낌이다. 그리고 휴일만 되면 그 넓은 광장이나 고궁을 가득 메우는 엄청난 사람들의 물결에 다시 한 번 기가 질리게 된다. 그러나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조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찾게 되면 그 동안 놀라움에 벌렸던 입이 더욱 벌어져 턱이 빠질 지경에 이르게 된다. 험한 산의 등성이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성벽의 장엄한 곡선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 사람만이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경에 가서 구경하게 되는 만리장성은 대부분 빠따링(八達嶺) 장성이다. 그러나 북경에는 빠따링 이외에도 무텐위(慕田谷) 장성, 쓰마타이(司馬臺) 장성, 진산링(金山嶺) 장성이 있다. 무텐위 장성은 1986년에 개방된 곳으로 북경 시내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져 있다. 산악지역에 위치하여 아름답고 변화무쌍한 경관이 볼만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쓰마타이 장성은 시내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져 있는 해발 986m의 험준한 산악에 둘러싸인 곳으로 중국 특유의 농촌 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 진산링 장성은 쓰마타이 장성의 서쪽 어깨에 붙어 있는데 경관이 수려해서 제2의 빠따링으로 불린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서 건너다보게 되는 만리장성은 묘한 긴장감과 흥분을 가져다준다.

만리장성은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 30만의 군사와 수백만의 농민을 징발하여 대량의 벽돌을 쌓아 장성을 연결해 현재의 장성 원형를 만들었다. 그 길이가 1만여 리(당시의 1리는 약 400m)에 달해서 만리장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기마민족의 침입을 막을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동쪽의 기점은 보하이만(渤海灣)에 면한 산하이관(山海關)이고 끝나는 지점은 실크로드의 입구인 자위관으로 총길이는 6천km이다. 앞서 말했듯이 만리장성을 수식하는 말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은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인은 과장이 심한 민족이다. 그러나 만리장성의 길이는 실제로 1만리를 넘어 1만2천리나 된다. 현재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 여러 곳 있지만,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오늘 찾아가는 빠따링 장성이다. 이곳에서 사통팔달(四通八達)로 만리장성이 이어지는 이곳은 중국인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일년 내내 붐비는 곳이다. 북경에서 70km떨어진 빠따링 주차장에 내려 산성에 오르면 정상을 오르내리는 관광객이 홍수를 이룬다. 물론 1만2천리 장성의 최고 정상은 아니다. 편의상 한 망대를 정상으로 정해놓았을 뿐이다 중국에서도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사나이가 아니다"(不到長城非好漢)라는 속담이 있다. 빠따링 장성은 매표소 입구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이 여판(女坂)이고, 왼쪽이 남판(男坂)이다. 이렇게 이름 붙여진 이유는 왼쪽인 남판 쪽이 오르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계림의 축소판 용경협

 

평원을 가로막는 절벽 같은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문 앞에서 눈을 들어 산등성이를 보니 '용경협'(龍慶峽)이라는 거대한 글자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등소평 사후 중국의 지도자인 강택민(姜澤民)의 이름도 함께 있다. 이곳이 소문에 듣던 용경협인 것이다. 구이린(桂林)에 있는 순수 동양풍의 경치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소계림'이라는 별명을 지닌 숨겨진 명소로 북경에서 열차로 33시간이나 가야 하는 구이린에 가지 않고도 계림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명나라 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용경협은 수 천리 떨어져 있는 계림에 갈 수 없는 어느 황제를 위해 협곡을 막아 만들어 놓은 절경이라고 전해지는데 중국 정부가 근년에 들어 관광명소롤 개발한 곳이다. 그러나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외국인보다는 중국인들이 더 많이 찾고 있는 듯 하다. 협곡을 따라가는 모퉁이 길을 돌아 나가자 20층 높이의 거대한 댐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승천하는 두 마리 용으로 만든 돌기둥 문을 통과하자 용꼬리 부분에 설치해 놓은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대여섯번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며 용 주둥아리 부분으로 빠져 나오자 석굴이 나타났고, 그 터널을 지나자 계림의 리강 같은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용경협의 유람선 여행은 배를 타고 8시간을 유람하는 계림의 리강(岢江)여행을 축소해 놓은 듯한데 지나는 절경도 리강에서 바라보는 기암기봉(奇巖寄峰)과 다를 바 없다. 강 한복판에서 멀리 바라보아야 하는 계림의 산수를 눈앞으로 끌어다 볼 수 있는 용경협의 산수가 오히려 흥미롭다. 용경협 선상 유람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절경 사이를 유유히 지나며 감탄을 연발하다보면 약속된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고 만다. 옆에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열심히 눈 사진만 찍다보면 처음 떠난 선착장 건너편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용경협 구경이 끝나지 않는다. '마환세계'(魔幻世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름에서 풍기듯이 으스스한 동굴에 들어서면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고전(古典)들이 눈요기 감을 제공한다.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면 손오공과 삼장법사도 있고 금병매의 서문경도 염라대왕 앞에서 죄를 빌고 있다. 마음 약한 사람은 기절하기 딱 좋을만한 분위기이지만 이 동굴을 통과하지 않고는 용경협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된다. 중국은 너른 땅이다. 따라서 단 며칠만의 여행으로 중국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만리장성에 가면 반드시 용경협을 찾아가 보자. 그곳에 가면 수천리 떨어져 있는 계림의 절경도 한 시간만에 즐길 수 있는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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